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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너머로 보이는 하늘

새코미달코미먀 2025. 2. 10. 13:35

햇살이 좋은 날, 밀린 빨래를 꺼내 베란다에 널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 옷자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습기가 날아가면서 깨끗한 비누 향이 공기 속에 스며든다. 뭔가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빨래를 널고 정리하는 순간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 위에 하얀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있었던가?

어릴 적엔 종종 빨래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하얀 이불이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그 틈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고, 햇살이 반짝였다. 그때는 아무 걱정 없이 멍하니 앉아 구름 모양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어느새 그런 순간들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빨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오늘은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본 날이다. 그저 평범한 순간이지만, 이런 조용한 시간이 내게는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가끔은 이렇게 천천히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